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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눔

책도서(7)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2017.04.24(월)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2017.04.24(월)


요즘들어 부쩍 혼자 걷는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걷다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가게들과 풍경들을 볼수 있습니다.
왜이렇게 내 마음이 편해질까요? 이 순간만큼은 모든 잡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 날 역시 혼자서 목적지는 명동성당으로 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던 찰나,
늘 지나쳤지만 가보지 못한 지하로 발길을 옮깁니다. 
지하는 깔끔하면서 넓은 라운지에 고급스러운 가게들이 있었고 
마침 북앤샵이라는 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에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었고 에세이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참 아이러니 한것이 이 전날 보노보노라는 만화를 제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노보노를 본다고 친구에게 말도 꺼냈던 것이 너무 신기한 나머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만화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처럼.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좋아하게 될것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

뒷표지에 적힌 이 문장들이 나 역시 이상한 사람인데?
나도 알아볼 수 있을까?는 호기심.

보노보노라는 만화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한편 한편이 아주 짧은데 그 속에 철학이 담겨있다니. 
내 나이 서른에 지금와서 아동 만화를 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어릴 적 단순하고 솔직하며 개구쟁이 같이 즐거웠던 그 시절 추억이 그리웠던것이 아닐까?
음. 지금의 삶이 각박하고 잘 풀리지 않는 끈을 잡고 있듯이 속이 천불날 것 같은 답답함에서 
잠시 떨어져 마음의 평온함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도서를 읽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특히 작가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데 이 작가의 생각이 나 자신에게 닿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옥같은 보노보노의 글귀들로 채워지는 순간 절로 내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을 뿐인것이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만 풀리지 않은 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이들 역시 각자의 다른 풀리지 않은 
끈들이 있기 마련아닐까?
나는 늘 숨기고 산다. 어릴 적 거짓말을 하지마라고 그렇게 배웠지만 나는 늘 거짓속에 살고 있다는 걸
요즘 부쩍 느끼고 있다. 매사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나의 신념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 나의 솔직함은
헝겊으로 감싸고 또 감싸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나만 알고 있고 그래서 오로지 나자신의 짐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이젠 그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 짐을 내려 놓을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조차 두려움 속에 묻혀 빛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노보노는 해달이다. 해달은 사람이 다가오면 자기가 아끼는 조개를 선뜻 먼저 내민다고 알고 있다.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한다. 해달이 멸종위기라서 해달 보호차원에서 의도한 것이라고 하는데....)
하이튼 그 의미는 '나에게 소중한 이 조개를 너에게 줄테니 나를 헤치지 말아줘'라는 것이다. 
나는 겁도 많고 소심하다. 특히 관계 속에서 미움 받는 것. 남 눈치를 보려는 성향. 
그래서 먼저 선뜻 호의를 베풀고 싫어도 싫은 내색 안하려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그리고 당당하고 초연해지려는 척하려 한다. 어떻게든 화합이 잘 되었으면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간이고 쓸개고 전부 빼주려는 심성이 있어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그것이 뒤로 배신감과 분노, 곧 화로 번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보노보노 속 등장인물 속 캐릭터는 대부분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보노보노와 그 친구들이 미움받는 것에 대해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를 미워할 권리가 있고 남들 역시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순간 상대방을 공감하고 이해하려 하면 할 수록 힘들어 지는 것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이런 저런 고민들이 막상 내 자신이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른 같이 행동해야하는 강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노보노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고민을 한다. 자립이란 '자기 힘을 길러 어른이 되는 일'
어른은 금세 포기하고, 금세 후회하고, 금세 체념한다. 처음엔 싫어도 어느새 그 마음 역시 금새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넘길 수 있다. 어른이란 모든 걸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별로 어른답지 않은 지금의 삶도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다고. 

"할아버지, 왜 변해버린거에요?"
"나도 몰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변해버려.
지금 나는 완전 딴판이야. 아이였을 때나 젊었을 때랑 비교해보면"

보노보노는 소심하지만 궁금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그리고 친구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늘 주위 친구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가보다.
그것이 상당히 쓸데없고 시답지 않은 소리일지라도. 하지만 이런 오가는 말들이라도 없다면 
세상이 너무 상막하지 않을까? 그래서 쓸데없고 생산적이지 못한 말이라도 건네는 습관은 좋은것 같다.

어른이라도 어딘가 아이 같은 데가 있는 법이라는 말
그리고 누구나 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잘난척하는 것을 싫어하나보다. 직업이 작가이기에 책 읽기와 글 쓰기가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데 
이젠 책 읽기도 골라서 읽게 되는 것 같단다. 책을 쓰는 저자 중 잘난척하며 어렵게 쓰는 글들을 피하게 된다고. 
그래서 난 이 작가가 너무 좋아지려고 한다. 너무 쉽게 글을 써내려 가서. 그리고 늘 소심하다고 외치지만 
솔직하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며 이젠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 살기로 했다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바보 같고 어른스럽지 못해도 결국은 그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참 보노보노 친구들은 꾸밀줄 모른다고 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엉엉 울고. 속상한 일 생기면
숲속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속상해하고, 궁금증이 생기면 아무나 붙잡고 질문을 퍼붓는다. 
누군가가 귀찮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며 다른 사람을 찾아가고, 만약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생기면
실컷 숨기고 나서도 결국은 솔직해지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나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참 재밌게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나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느낀다는 것은 흙속에 진주를 발견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