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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눔

책도서(13) - 82년생 김지영


저자 : 조남주 
펴냄 : 2017-10-31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민음사

우연히 회사 책장에서 발견된 이 책. 82년생 여성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어떨까?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5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가는 도중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작중에 나오는 김지영 씨는 82년생으로 한 가정의 어머니입니다. 1982년 태어난 날부터 2016년까지의 삶에 대해 책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김지영씨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김지영씨 내면에는 귀신 씐 것처럼 다른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 다른 사람은 김지영씨와 관련된 여성들입니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요? 작중의 김지영씨는 둘째 딸로 언니와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정적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여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죄인처럼 늘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삶을 김지영씨가 보고 자랍니다. 작중의 친할머니는 과거, 보편적으로 아들을 원하는 그런 인물이었고 셋째 아들을 가지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불편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아들에게만 편애했던 친할머니. 김지영씨나 첫째 언니는 사랑받는 남동생에게 질투의 감정도 느낍니다. 

김지영씨네 가정은 첫째 언니랑 둘째 김지영씨를 대학에 보낼 정도의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자의 직업으로 선생님만 한 게 없다며 김지영씨를 설득해보지만 김지영씨의 꿈은 기자가 되는 것이다. 김지영씨는 고민을 하지만 어머니는 김지영씨가 원하는데로 살기를 바랬는지 포기하셨다. 아니 김지영씨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시대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셨다. 이 시대에 아직 여자라는 이유로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한 채 시대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야만 했던 사회가 김지영씨 입장에서는 불만이었다. 

김지영씨는 취업에 앞서 불공평함을 느낀다. 어디 좋은 직장에선 여성 채용률이 매우 낮았던 이 시대에 여성이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학벌도 좋고 자격증도 있고 봉사 점수도 높으며 학점까지 좋고, 수상경력까지 있는 김지영씨 친구 역시 취업이 되지 않았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럽거나 반대로 부족하면 부족해서 안된다는 식으로 이 시대에는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했다. 대신 김지영씨 친구는 취업 대신 사시패스를 했다. 김지영씨 역시 취업 준비를 위해 동아리에 들고 정보를 수집하며, 세미나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김지영씨 주위의 남자들이다.

김지영씨는 취업을 했다. 광고쪽 회사인데 선임들 수발드는게 다인듯 하다. 하지만 능력 좋은 여성 팀장님 덕에 주위 남자 직원들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어느 날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사무실 앞의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몰카가 발견되기까지 과정이 심각하다. 어느 몰카남이 찍은 몰카를 남자 직원들끼리 돌려봤다고 한다. 그 남자 직원 중 한 사람이 사내 연애를 하는데 그 상대 여성에게 절대 그 화장실은 가지말라고 말만 하지. 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 상대 여성은 비밀 연애이기에 공론화하지 못하고 친한 여직원에게 말을 하면서 다른 여직원들까지 알게 되었다. 이미 퍼질때로 퍼진 상황에서 김지영씨는 이 소식을 듣고 자기도 몰카에 찍힌거 아니냐는 불안감에 든다.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남자 직원들은 무책임했고 대표는 조용히 덮으려고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김지영씨는 결혼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김지영씨의 남편은 IT 중견기업에 다니지만 홀벌이로 가정의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껴야 한다. 김지영씨는 출산 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출산 전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모른다고. 그런데 남편을 비교하면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전업주부가 된 김지영씨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옆 벤치의 남자 하나가 김지영씨를 힐끔 보더니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 한국 여자랑은 결혼 안하려고.....' 라는 대화가 오고 가는데.. 김지영씨는 충격을 받는다. 그저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김지영씨는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생활도, 일도, 꿈도, 인생도,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운다. 그랬는데 김지영씨가 느끼는 사회는 자신을 벌레처럼 바라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김지영씨는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된다. 정말 감쪽같이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김지영씨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여성 독자들의 삶과 이 작중 김지영씨의 삶이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딸들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다. 이 김지영씨는 부당한 상황에서 거의 대부분 입을 닫았다. 이 사회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나아가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숱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나의 어미님을 보더라도 김지영씨의 어머님과 매우 닮았다 생각한다. 아버지가 가장이라서 큰소리 내기 힘드셨던 상황들. 친구를 만나더라도 오래 있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했던 상황.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생계를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셨지만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던 삶. 분명히 내 어머니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을 텐데 이미 젊음은 지나갔다. 대신 늦었지만 현재, 어머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아직 나의 어머니는 한창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다.

훗날 내 아이에게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줄 것이다. 나보다 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기주도학습능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정 큰 것은 세상의 여러 가지 경험을 내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그리고 같이 나도 내 아이도 내 가족들이 다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