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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눔

책도서(12) -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저는 업무 중 머리가 지끈 아파와 사무실을 방황하다 이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제목부터 신선하였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늘 즐겁지만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린다던가, 머리가 지끈 아파질 때가 있고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순간을 대변하듯 회사라는 공간 속에 저런 노골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단 말인가?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현재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모른 척하고 회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책 제목에 힘 실어주듯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피로회복 심리학"이라는 문구가 책 표지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 비판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나 자신이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부끄럽고 무능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에겐 주어진 할 일이 있고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꼭 성공해야하는 압박이 있습니다. 꼭 성공으로 이끌어내야한다는 것과 반대로 내가 도망친다면 주위에선 불보듯 나를 책망하고 나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 참고 견뎌내는 삶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의 제목과 같은 행위는 저로써는 반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또, 이 책 제목을 보며 느낀 점은 "보나마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를 강조하겠지."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주의 반대는 전체주의입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는 성향입니다. 결국 집단의 이익을 위해 내가 좀 더 수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가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주의는 집단의 이익을 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어떻게 나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킬지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나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까 말한 전체주의 사상의 제가 아닌 이젠 개인주의 사상에 좀 더 힘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있기에 집단이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집단은 하나의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집단의 이익을 반한다면 언제든 개인을 버릴 수 있는 것 또한 집단이고 전체주의인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집단을 어느 정도 경계하고 거리를 둬야 합니다. 이젠 더더욱 나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의 내용에서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라는 파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성취의 기준에 당신은 부응할 책임이 없다. 당신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아무런 책임도 없다. 그것은 그들의 실수이지. 당신의 실패가 아니다." 결론은 누구의 기대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내가 가진 직장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보상을 바라지만, 이건 오로지 저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보다 한두 단계 낮게 평가하고 그러면서 보다 큰 회사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기대에 부응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곧이곧대로 그 느낌을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깁니다. 더욱 인정을 받기 위해 열정을 불태울 것이냐, 인정받기를 포기하고 보상받은 만큼 하기에는 집단의 기대의 압력을 견뎌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와 마지못해 열심히 하는 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결국 어떤 선택이든 자기 자신을 힘든 상황까지 내몰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구를 애써 억누르고는 지친 몸을 더욱 혹사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직장인이란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자기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성공하는 삶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는 해도, 과연 그게 정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일이다."

이 책에서의 방법으로는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삶의 해결책을 찾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암담한 예측만 일삼으면서 제자리걸음만 하면 나중에는 도망치기는커녕 그럴 수 있는 선택지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내용을 빗대어 보면 나는 도망치기만 했던 것이 아닌가? 늘 참다 참다 중간중간 터저나오는 울분을 못 이겨 내 몸을 혹사 시켰던 사례들이 있습니다. 결국 저는 조금 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기주의적 삶을 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일에서 맨 앞자리에 자기 자신을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남을 의식하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굴종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합니다.

책에서는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인정하라고 합니다. 자기 마음속 밑바닥에 흐르는 감정을 우선시하라고 합니다. 도망친다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승패의 관점에서만 그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인생의 모든 것을 승리냐, 패배냐의 관점으로만 현재의 당신을 바라본다면 십중팔구 승리보다는 패배가 많아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산을 오르는 데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가라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벽이 있으면 돌아가면 되고, 숲이 너무 우거지면 옆길로 가면 된다. 산꼭대기까지 가는 지름길이 있어도 풍경이 더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조금 힘들어도 멀리 우회해서 가는 길도 있다. 어떤 선택을 어떻게 도망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힘든 상황에 몰리기 전에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도망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책을 읽고 난후 속이 후련함을 느꼈습니다. 참으면 병이 됩니다. 그렇다고 남이 이끄는 데로 끌려가다가는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입니다. 이끄는 삶이던 이끌려가는 삶이든 선택은 결국 자기 몫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말 나 자신을 가장 앞에 두고 내 감정이 어떤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소리 나마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행동이라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도망친다는 것은 비겁하거나 나약한 느낌이 아니라 위험이 큰 곳에서 언제까지나 머물지 않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입니다. 비록 그전까지는 제 삶에 지친 나날들을 꾹 참고 넘겨왔지만 이젠 소리 내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